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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건희 외부필자][이건희의 행복투자]

예전에 서울에 다주택을 소유한 어떤 사람이 집값이 계속 오를 것만 기대하면서 소득 대비하여 큰 대출금액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고 강화된 양도세 중과세 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에 한 채는 팔아서 현금화하고 대출의 일부는 갚는 것이 어떻겠냐고 이야기하니까 저보고 앞으로도 더 오를 텐데 왜 파느냐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외형적으로는 재산이 많으면서도 이자 비용이 계속 늘어가고 있고 현금흐름에 문제가 점차 커져서 많이 힘들어합니다. 작년에 단기 고점까지 올라온 아파트를 대출을 많이 받아 구입한 뒤 가격하락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최근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내 집을 마련한 뒤에 집값 오르면 돈이 많이 부족하더라도 대출 받아서 집 사기를 잘 했다고 생각하며 연간 이자비용보다 집값 상승폭이 더 크면 지출되는 이자를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내게 됩니다. 주택담보대출은 주택 가격이 오를 때에는 레버리지 효과로 재산을 빠른 속도로 불려줍니다.

그러나 주택 가격이 횡보하고 있을 때에는 자산은 늘어나지 않으면서 이자만 나가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초조해질 수 있습니다. 더욱이 주택가격이 하락한다면 역으로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나면서 자산의 감소 속도가 빠르게 나타납니다.

주택가격은 오른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집을 마련할 때에 대출을 받습니다.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은 2000년 말에 54조원이던 것이 집 값 상승과 더불어 급증하면서 2006년 3월30일에 LTV, DTI 규제 강화조치가 나왔을 때에는 이미 200조원에 육박했습니다. 올해 들어서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지난 4월, 5월에만 각각 2조4000억원, 1조5000억원씩 증가하여서, 5월 말 기준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228조1548억원에 달합니다.

대출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성향이 크게 다릅니다. 개인적인 관계에서 지는 빚만이 아니라 금융권의 대출이나 기타 부채가 거의 없이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출 없이 사는 것만이 좋은 것인지 대출을 어느 정도 받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 한 가지 정답은 없습니다.

빚을 무서워하는 성향은 빨리 돈을 늘리는 것은 잘 못하더라도 큰 위험에 빠지는 일 없이 안정되게 살아갈 확률은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빚을 가볍게 생각하는 성향은 빨리 재산을 잘 늘리긴 하더라도 예기치 않았던 상황에 한번 걸려들면 견디지 못하고 완전히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가정에서나 사업에서나 자산증식을 위해서는 대출을 적절히 잘 활용하는 것도 효율적인 방법이 되므로 대출을 무조건 꺼려할 것만은 아닙니다. 다만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을 때에는 위험관리를 위한 다음과 같은 원칙을 미리 생각해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1) 부동산가격, 주택가격이 변화해가는 방향을 너무 확신해서는 안됩니다. 아무리 장기적으로는 주택가격이 오르더라도 대출금을 충분히 상환하기 이전에 혹시라도 주택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 두어야 합니다. 대출시점이 주택 가격의 단기고점 근처가 아니라는 보장은 아무도 해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일본도 부동산 가격은 언제나 오르는 것이고 그러므로 부동산투자는 안전하다는 믿음이 강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90년대 초부터 무려 10년이 넘도록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하여서 반 토막 이하로 내려간 곳이 많았고, 최근에는 미국에서 1년 만에 20% 이상 주택가격이 하락한 곳들이 나타난 것도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런 사실에 대하여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미국과는 다르다는 말을 흔히 합니다. 이는 일본이나 미국 사람들에 비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똑똑하고 더 판단을 잘하며, 일본이나 미국 기관에 비하여 우리나라 기관이 더 현명하고 더 판단을 잘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바보라서 하필이면 부동산 가격 고점에 많은 돈이 몰려 들어갔고 과도한 대출까지 불사하였던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이 세상에서는 절대적인 미래 예측은 없으며 자신의 판단이 무조건 맞으리라고 확신해서는 안됩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은 불확실하니 가만히만 있겠다면 어차피 돈을 잘 늘리기 힘듭니다. 투자는 수익을 올리자고 하는 것이니만큼 방향을 잡고 해야 하지만 예측이 어긋났을 때에도 대처해나갈 수 있을지도 미리 생각해두어야 합니다.

◆(2) 변동금리부 대출 받으면서 현재의 이자율로만 미래를 예상해서는 안됩니다. 이자율이 지금보다 더 올라가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여지를 확보해 두어야합니다. 변동금리부 대출을 받은 경우에 처음에는 고정금리보다 이자율이 더 낮다는 장점 때문에 만족을 하지만 변동금리부 대출은 보통 3개월마다 이자율이 변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 시기에는 이자에 대한 압박감이 시간이 감에 따라서 심해지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90%를 넘습니다. 국가적으로 보아도 변동금리 비중이 과도하게 높으면 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주택경기는 침체되는 시기가 이어질 때에는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 증가할 위험이 커집니다. 금리가 크게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일 때에는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등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낮은 고정금리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 물가가 큰 폭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고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5%를 기록하였으며 이에 따라 금리도 상승 기조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국고채금리는 빠른 속도로 상승하여 6%대를 넘어섰으며 이는 2002년 7월 이후 6년 만의 최고치입니다.

미국에서도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가 평균 6.63%를 기록함으로써 작년 8월 7일 이후 약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였습니다. 우리나라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는 이달에만 0.21% 상승했으며 이에 연동되는 주택담보 대출금리도 올라서 고정금리는 9%를 넘어서고 변동금리도 8%대에 진입한 상태입니다.

◆(3) 대출금 상환은 처음부터 원금을 이자와 함께 갚아나가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대출은 상환방법에 따라서 만기 일시상환, 원금균등분할상환,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등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만기일시상환은 대출기간에 이자만 내다가 만기일에 원금을 모두 상환하는 방식입니다. 미리 정해진 일정 기간만 투자하기로 되어있고, 예상 수익률이 대출이자율보다 높은 투자를 위하여 대출을 받는 경우라면 이 방식이 유리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주거 목적의 주택 구입 시나 투자 기간을 미리 단정하기 힘든 형태의 부동산 투자에서는 만기시의 상황을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대출 원금 전체를 만기까지 미루기만 하는 방식은 피하는 것이 낫습니다. 만약에 만기시의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안 좋아진다면 만기 시 기존 대출을 연장하거나 다른 대출을 받기가 힘들어지고 대출이자율도 올라갈 위험이 증대됩니다.

대출기간 동안 이자만이 아니라 원금도 함께 갚아나가는 방식 중 원금 균등분할상환은 대출원금을 대출기간에 균등하게 나누어 상환하는 방식입니다. 원금이 계속 줄어들면서 지불하는 이자도 줄어듭니다. 즉 대출 초기에 상환부담이 크고 만기에 다가감에 따라 상환부담이 적어지므로 미래의 위험을 줄이는 데에는 가장 효과적입니다.

한편 원리금 균등상환방식은 원금과 이자의 합이 매달 일정하게 유지되게 하는 방식입니다. 매월 상환금액이 일정하기 때문에 수입과 지출에 대한 장기적인 재정계획을 세우기에는 편리합니다.

이자와 함께 원금도 동시에 갚아나가는 방식을 취하면 만기가 되었을 때 대출 잔액이 완벽히 사라지고 부동산이 100% 자신의 소유가 됩니다. 주거를 목적으로 한 내집 마련에서는 이 방식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만약에 대출 직후 일정 기간을 지난 뒤부터는 일정 수입이 들어오기로 되어있고 그 돈으로 원금도 함께 갚아나갈 수 있다면 거치기간을 두는 방식을 선택해도 됩니다. 이 방식에서는 대출 초기에는 거치기간을 두어 이자만을 납입하다가 거치기간 후부터 만기까지 원금균등분할 또는 원리금균등분할방식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면 됩니다.

◆(4) 주택구입 자금을 “현금+대출금”으로 간주할 때 “현금” 부분에서는 별도의 비상금을 제외시키도록 합니다. 대출금을 많이 유지하고 있을 때에는 유사시 대출을 추가로 받기 힘들어지므로 동원할 수 있는 비상금이 별도로 있어야합니다. 비상금은 유동성 현금성자산으로서 단기금융상품에 예치해 놓고 있어야 좋습니다.

설사 부동산담보대출이 아닌 신용대출이나 다른 경로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하더라도 애초의 재무설계에서 매달 여유자금의 대부분을 대출금의 원리금상환에 전부다 사용하는 것으로 해놓았다면 추가 대출은 삼가야 합니다. 추가대출이 이루어지면 그것까지 갚아야하는 부담이 늘어나 가정의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심각하게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상금을 따로 미리부터 떼어 놓아야하는 것입니다.

기업에서 흑자를 내고 있으면서도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흑자도산 할 수 있듯이 가정에서도 이런 부분은 신경을 써야합니다. 외형적으로는 자산이 많고 수입이 꽤 있더라도, 부채가 많은 상태에서 나갈 이자는 매달 꼬박꼬박 나가면서 들어올 돈은 제 때 안 들어오는 경우가 생기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됩니다. 비상금을 통하여 유사시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5) 총 대출 금액을 부동산 가격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제 능력 및 대출금 상환능력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과거에는 부동산 담보대출에 대해서 흔히 부동산 가격만을 기준으로 대출 금액을 정했었습니다. 부동산 가격의 몇% 수준에서 대출 받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하곤 했었습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과거 일본과는 달리 위험하지는 않다는 판단의 배경에는 일본에서는 담보비율을 지나치게 높게 잡아주었지만 우리나라는 그보다 충분히 낮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안전하다는 생각이 깔려있습니다. 그러나 대출 절대 금액에 비하여 상환능력이 빠듯한 경우로서 금리의 변동이나 경제력의 저하에 따라서 곧바로 어려움이 나타나는 집들이 있습니다.

대출해주는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담보물을 어떤 수준의 가격으로 처분할 수 있는가에만 신경을 쓰면 됩니다. 그러나 대출받는 입장에서는 담보물이 처분되지 않으려면 갚아나갈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것입니다.

즉 대출해주는 입장과 대출받는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잘 인식해야합니다. 담보가격을 기준으로 대출 금액을 정하여 대출 받았다가 예상과 달리 가격은 하락하고 이자를 감당하며 버티지 못하여서 헐값으로 부동산을 넘기는 경우들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대출 금액의 수준을 정하기 위하여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할 때에는 현재의 수입만이 아니라 미래의 예상 수입까지 고려해야합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현재와 같은 위치를 계속 안정되게 유지할 수 있을지 지금 하고 있는 자영업의 수입이 어느 정도 안정성이 있을지는 대출해주는 금융기관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더 잘 가늠할 수 있습니다.

출처<머니투데이

http://www.money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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