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게다가 돈 걱정 없이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자금이 10억 원이라는 말도 있으니, 월급쟁이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주택자금 대출에 카드대금이며 아이들 학원비도 벅찬데 노후자금이라는 말 자체가 때로는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그렇다고 아무 준비도 없이 은퇴를 맞을 수는 없다. 나이에 맞는 체계적인 자산관리법을 소개한다.
싱글 김대리, 월급 관리는 CMA 통장으로
월급쟁이인 싱글 김대리는 경제적으로 비교적 여유롭다. 혼자 벌어서 혼자 편하게 쓰면 그만이다. 부양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갚아야 할 대출 이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간도 많고 또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바로 이 점이 김대리 자산관리의 ‘아킬레스건', 즉 치명적 약점이다.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먼저 종자돈(Seed Money)에 대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결혼자금도 좋고, 주택마련자금도 좋다.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언제 종자돈을 모을까 싶지만 처음에는 누구나 다 그렇게 시작한다. 종자돈의 필요성을 누가 먼저 깨우치느냐가 중요하다.
집안에서 물려받을 재산이 없다면 돈 나올 곳은 오직 한 곳, 월급이다. 출발은 여기에서부터이다. 이제 월급 관리는 CMA(Cash Management Account) 통장으로 시작하자. 아무 생각없이 이자가 거의 없는 보통예금 통장으로 월급을 관리하는 것은 ‘0점' 자산관리이다. CMA 통장은 쉽게 말해 자산관리통장이라고 할 수 있다. 각종 공과금이나 카드대금의 자동납부는 물론이고 계좌이체 및 출금 수수료도 무료이다.
중요한 것은 보통예금의 경우 이자가 거의 없지만 CMA의 경우 금리 상승으로 5%대의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CMA 체크카드를 발급 받으면 통장 잔고 범위 내에서만 카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씀씀이를 줄일 수 있다.
이제부터 김대리의 본격적인 자산관리법을 소개한다. 매월 일정 금액을 3년 만기의 적립식펀드에 자동이체한다. 될 수 있으면 최대한 소비를 줄이고 월 급여의 50% 이상 적립할 것을 권한다. 너무 많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보다 2~3개의 펀드로 압축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우선 국내 인덱스펀드(Index Fund : 증권시장의 장기적 성장 추세를 전제로 하여 주가지표의 움직임에 연동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 운용함으로써 시장의 평균 수익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포트폴리오 운용)와 해외 브릭스펀드(BRICs Fund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2000년대 이후 신흥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브릭스 4개 국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에 관심을 갖고 3년 이상 장기 투자를 고려해 보자.
또한 일부는 장기주택마련펀드에 투자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자. 불입 금액의 40%를 소득공제로 돌려받으니 500만 원 불입시 대략 52만 원(500만 원ⅹ40%ⅹ26% 세율 가정) 정도의 세금을 돌려받게 된다.
결혼 후 주택마련도 고민거리이다. 기본적으로 청약저축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월 2만 원 이상으로 부담이 크지 않은 반면 청약제도가 추첨제에서 청약가점제로 바뀌면서 청약저축의 혜택이 더욱 커졌다. 미리 준비해 가점을 높이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장기임대주택에 대한 청약 자격도 주어진다. ‘시간은 돈'이라는 말은 자산관리에서 불변의 진리이다. 출발이 빨라야 결승점에 남보다 빨리 도달할 수 있다.
40대 박차장, 파생상품펀드로 안정성과 투자수익 기대
결혼 후 바쁘게 몇 년을 보내다 보면 아이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초등학생이 된다. 이때쯤이면 대부분 자녀 교육자금을 마련하고 또 여유가 된다면 아파트 평수를 넓히고 싶어한다. 이제부터는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사실 여유자금이 많아 여기에도 투자하고 저기에도 투자한다면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40대 박차장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선택이 필요하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트렌드를 제대로 읽는 것이다.
최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주식, 펀드 모두 힘을 못쓰고 있다. 오히려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 돈 버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무리하게 대출을 끼고 부동산에 투자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높은 대출금리에 세금 부담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침체 현상이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기다리는 지혜와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다양한 금융상품이 출시되면서 ELF(Equity Linked Fund : 주가연계펀드)나 금융공학펀드(파생금융상품 기법을 도입해 지수가 일정 수준으로 하락하지 않는 경우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도록 구조화된 펀드)가 인기다.
ELF와 금융공학펀드는 주가지수가 가입 시점 대비 큰 폭의 하락(예를 들어 30%, 40%)이 없다면 일정 수준의 수익이 발생한다. 지금처럼 주식시장이 조정기일 때 훌륭한 대안이다. 단 가입하기 전 상품의 수익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목표 수익률을 낮추는 대신 원금 손실에 대한 위험 부담을 줄이는 금융상품에 관심을 가질 때이다. 기다리다 보면 기회는 오게 마련이지만 너무 조급하게 투자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오히려 화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자.
50대 이부장, 연금보험으로 노후 대비
마음이 급하면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하는 것이 세상 이치이다. 자산관리도 마찬가지. 은퇴 시점이 가까워지면 초조해지기 마련이다. 이 때 노후자금을 크게 불리고자 과욕을 부리는 것은 지금까지 쌓아 온 탑마저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투자에서 공격적이라 함은 주식 비율이 높은 투자를 말하고 안정적이라 함은 채권 비율이 높은 경우를 말한다. 이때는 무리한 욕심보다는 채권투자로 안정성 추구, 연금보험을 통해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물가가 상승하면서 물가연동국채가 인기다. 물가연동국채는 물가 상승분만큼 실질가치를 보장해 주는 국채이다. 물가연동국채의 인기 비결은 국채의 안정성과 물가상승률에 연동되는 투자 수익률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물가상승률에 의한 원금 증가분이 비과세이고 6개월마다 지급되는 이자도 분리과세(특정한 소득을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분리하여 과세하는 것)되는 혜택이 큰 장점이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높지 않을 경우 수익률이 낮아진다.
노후자금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이 연금이다. 젊었을 때부터 연금에 가입했다면 다행이지만 사실 월급쟁이가 여유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늦은 것만은 아니다.
‘즉시연금보험'이라는 것이 있다. 일반적인 연금은 젊을 때 가입해서 대개 55세부터 연금을 수령하지만 즉시연금보험은 목돈으로 한꺼번에 납입하고 가입한 다음 달부터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특히 매달 받는 연금액이 비과세 대상이므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에게 유리하다.
즉시연금보험은 원금이 소멸되는 종신형이나 확정형연금에 가입하면 매월 수령하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생활에 도움이 된다. 원금 보존을 원한다면 매월 이자만 받는 상속형연금에 가입한다. 상속형연금은 계약자가 사망할 경우 연금지급준비금이 상속인에게 지급된다.
투자에 있어서 불변의 법칙은 ‘나에게 맞는 옷을 고르는 것'이다. 아무리 빛나는 옷도 나에게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 똑같은 금융상품도 투자자의 투자성향과 투자자금이 쓰일 목적에 맞아야 완벽한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 김상문 / 삼성증권 PB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