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우리네 살림살이는 필 것인가. 한국 경제는 금년 들어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안팎으로 보이는 다양한 경제의 청신호 덕분에 내년에는 어느 정도의 성장이 예상되는 우리 경제. 과연 내년도 경제전망은 어떻게 될 것인지 알아보자.
우리 경제에 영향 주는 세계 경제 상황
올해 우리 경제는 여러 방면에서 경기가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수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였고 소비심리가 빠른 속도로 개선되면서 내수시장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재고가 줄어들고 생산 활동은 왕성해지는 전형적인 경기회복 국면이 지난 1/4분기부터 이어지고 있다. 경기회복을 반영해 주가도 큰 폭으로 오르는 등 국내적 상황으로만 보면 우리 경제는 내적인 성장 모멘텀이 잘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때문에 이대로만 간다면 내년에도 우리 경제는 경기상승 국면을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암초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부실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금융기관 부실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2,500~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당장 금융기관들이 부실 자산을 대규모로 상각 처리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메릴린치는 3분기 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하기까지 했다. 이렇듯 금융기관 부실 증가는 금융시장의 신용경색과 주택경기의 추가 침체 우려를 낳고 있다. 그리고 이런 흉흉한 상황을 반영해 전 세계 주가가 동반 폭락하는 등 금융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제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에 이를 정도로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유가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기업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안기는 등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에 큰 짐을 지우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이미 중국에서 현재화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를 넘어섰는데, 중국의 물가상승은 식료품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다. 중국의 소득 수준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반면에 농업 부문의 생산성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내재돼 있기 때문에, 식료품 가격 상승 압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식료품 가격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소득보전을 위한 임금상승이 불가피해져 물가상승 압력은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은 미국에서도 걱정이다. 미국은 아직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고유가와 달러화 약세, 공격적인 금리인하 등으로 인해 앞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것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더라도 2000년대 초반처럼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리는 공격적인 금융완화 정책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세계 경제는 과잉유동성을 바탕으로 지난 4~5년간 구가했던 ‘저물가-고성장' 시기가 마감되고, 이제는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새로운 시기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상황 변화가 어느 정도로, 어떤 속도로 진행될 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고유가 등 대외 리스크 요인들의 향후 전개방향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현재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 중요
우리 경제와 관련해서는 만약 대외 리스크 요인들이 진정되는 쪽보다는 악화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될 경우 경기회복 국면이 조기에 꺾일 수도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더욱 확산되어 미국의 실물경제 위축이 심각해진다면 당장에 수출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우리의 수출이 미국 경제와 脫 동조화(decoupling)되는 경향을 보이고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국경제가 연착륙할 때의 경우이지, 경착륙을 하게 되면 더 이상 탈 동조화가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 경제의 비중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세계 소비의 기둥인 미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로까지 빠질 경우 세계 경제가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는 힘든 것이다. 우리 경제도 대미 수출 비중이 13%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우회수출까지 감안하면 미국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수출국임에 틀림없다.
국내 주식시장에 주는 충격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확산과 고유가 및 인플레 우려 등 리스크 요인들의 악화는 세계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하면서 특히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주가조정의 폭과 기간이 길어질 경우 실물경제에 바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의 경기회복을 이끌고 있는 가장 큰 힘은 소비의 회복이다. 그리고 소비 회복에는 주가상승에 따른 富의 효과(Wealth Effect)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주가가 크게 밀리면 소비 회복에 미치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경제의 경기상승 지속 여부는 내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성장 모멘텀과 외적인 리스크 요인의 향후 전개 방향 중 어느 쪽의 힘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내적인 성장 모멘텀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지만, 지금부터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외적인 리스크 요인이 더 크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부실이 2008년 상반기까지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가 이 시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느냐가 향후의 우리의 경기 흐름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