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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한국경제는 외부충격에 크게 시달렸다. 한때 한국경제는 미국경제와의 탈동조화를 거론할 정도로 자생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으나, 2008년에는 오히려 다른 국가보다 더 극심한 금융불안을 경험했다. 특히 10월에는 제2의 외환위기설이 제기될 정도로 금융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을 경험했다. 원/달러 환율은 10월초 1,180원대에서 10월 28일 1,400원대를 돌파하고, 11월에는 1,500원대까지 폭등했다. 글로벌 외화유동성 경색으로 CRS 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국내 금융기관은 외화차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주식시장도 10월 중 전월 대비 33.5%나 폭락해 공황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정부의 한미 통화스왑 체결과 한일o한중 통화스왑 확대 등에 힘입어 국내 금융불안은 12월 들어 다소 진정되었다. 앞으로 한국경제가 대외충격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왜 한국의 금융시장이 다른 나라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본 보고서에서는 금융불안의 원인을 '기초체력', '개방에 따른 불안정성', '불안심리'와 '금융감독시스템' 등의 4가지 관점에서 분석했다. 기초체력과 금융감독시스템만으로는 다른 국가보다 지나쳤던 2008년 한국경제의 금융불안을 설명하기 곤란하다. 성장성 및 재정건전성 등 거시적 관점에서 본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일부 저축은행의 부실화가 우려되나, 시중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은 글로벌 수준에 뒤지지 않고 기업의 재무건전성도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크게 개선되었다. 금융감독시스템도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 감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기 때문에 이번 금융불안의 주요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번 금융불안의 주요인은 개방에 따른 불안정성 즉, 자본시장 개방에 따른 높은 외국인 주식투자 비중과 금융기관의 단기 편중 채무구조 등이며, 10년 전 외환위기의 상흔(불안심리)이 금융불안을 증폭시킨 촉매제로 작용했다. 2008년 들어 40조원 이상을 순매도한 외국인주식투자자금은 주가급락과 환율 상승 등 외환 및 주식시장의 불안을 연결하는 고리역할을 했으며, 9월말 현재 653억달러 수준의 은행권 단기외채는 외환시장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앞으로 한국경제가 글로벌 경제체제하에서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우선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미국, 일본과 중국 등 주요 파트너들과의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AMF 창설 등을 통한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정부와 기업의 글로벌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2008년 한국의 IMF 내 의결권이 18위에 그치는 등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경제규모에 못 미치고 있다. 각종 국제기구의 출자지분 확대와 OECD 이사회 의장국(2009년)의 권한을 적극 활용해 글로벌 Rule Maker로서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한국경제에 대한 인식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경제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유사한 형태의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 따라서 경직된 노사관계와 정부규제 등 그동안 한국을 평가하는 데 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친 주요인들을 이번 금융불안을 계기로 개선해야 한다.

※상세정보: 삼성경제연구소(www.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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