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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펀드 어떻게 된대요? 요즘에는 직장 동료들과 중국펀드가 어떻고 베트남펀드가 어떻고 하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해외펀드 열풍 때문인데, 아시아 신흥국가의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실제로 해외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기도 했다. 그랬던 해외펀드가 올해 들어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과연 해외펀드 전성시대는 끝나는 것인가. 전 세계 주식시장이 동반 하락하는 이 시점에 하반기 펀드투자,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해외펀드 수난시대, 열풍은 식어 버렸나

지난해 그야말로 펀드 열풍을 주도했던 해외펀드가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와 함께 수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신문기사들은 해외펀드가 만신창이가 되었느니, 비과세 조치가 애물단지가 되어 조기 폐지 가능성이 있다느니 하면서, 해외펀드가 몰락하는 듯한 표현을 써 가며 문제가 크다는 듯이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국내외 주식시장이 동반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펀드의 수익률이 부진한 것은 국내펀드와 해외펀드를 가릴 것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해외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긴 하지만 부진한 수익률 속에서도 대량환매를 일컫는 '펀드런(Fund Run)'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 해외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는 살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펀드와 해외펀드 수탁고 추이 (자료: 자산운용협회)  

그러나 최근 같은 국내외 증시 하락이 지속될 경우 해외펀드의 수익률 부진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고, 위축된 펀드투자심리도 조만간 살아나기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올해까지 지속되어 온 해외펀드 투자 열풍이 이제 식어 버린다는 것일까.


투자에 대한 관심 일으킨 건 2000년대의 저금리기조

사실 2006년까지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는 그리 선풍적이지는 않았다. 그때까지 개인투자자들이 접할 수 있는 해외투자라고 하면 외화표시로 된 역외펀드들이었는데, 이 펀드들은 해외에서 거둔 이자ㆍ배당 ㆍ자본이득에 대해 모두 과세가 되기 때문에,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직ㆍ간접투자에 비하여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또한 투자 가능한 해외 자산에 대한 지식도 불충분하였고, 해외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금융시장 소식을 전하는 매체도 제한적이어서 해외투자라고 하면 왠지 막연하다는 느낌을 투자자들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시작된 저금리 기조로 인해 투자에 대한 성숙도가 높아지고 있었고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었다. 금리 추이를 보면, 1990년대 중반 10%이던 시중금리가 IMF 때는 무려 30%를 넘어섰는데, 이러한 높은 금리가 보장된 시기에는 굳이 별다른 투자 대안을 고민할 필요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00년을 지나면서 한국은 점차 저금리 기조로 접어들게 되었다.

금리가 낮아지자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한 투자자들은 자연스레 금융자산을 확정금리상품으로만 보유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투자와 투자자산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즉, 투자를 하지 않으면 금융자산의 실질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 CD금리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자료 : 한국 통계청, Reuters)  

한국에서 저금리 기조의 정착은 투자의 필요성을 자극하게 되었고 이에 발맞춰 2003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증시 호황은 자연스레 해외투자를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때까지 대부분 개인들의 해외투자는 역외펀드를 통해 이루어졌고, 역외펀드는 외화표시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투자자들로서는 환율이라는 복잡한 변수를 고민해야 했다.

환율이라는 변수는 개인투자자들로 하여금 아무래도 해외투자라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으며, 역외펀드를 가입하는 다수의 투자자들은 환헤지를 통해 통화변동성에 대한 위험을 줄이길 원했다.

사실 해외투자에서 환율과 투자 대상이 되는 국가에 대한 리서치는 필수적인 부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리서치에 기반하기보다는 다소 현지 주식ㆍ채권과 같은 금융자산에 대한 초점을 맞추어 통화변동에 대해서는 환헤지를 통해 환율은 신경 쓰고 싶지 않다는 식의 투자도 많았다


2007년의 대한민국, 해외펀드 전성시대 맞다

해외펀드가 일반 투자자들에게 본격적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2006년 말 해외주식형펀드의 순자산총액은 11조 원이었는데, 2007년 말에는 55조원으로 5배 가량 크게 증가하여, 작년 한 해 동안 44조 원 가까운 자금이 해외 주식형펀드로 유입됐었다. 또한 계좌수도 작년 1월 168만 개에서 12월 730만 개로 4배 이상 늘어나, 2007년 해외투자는 그 금액과 규모에서 커다란 성장을 했다.

2007년 해외펀드의 성장은 규모 면에서만 그친 것이 아니고 종류도 매우 다양해졌다. 2006년 이전까지는 글로벌에 분산투자를 하거나 미국ㆍ유럽ㆍ일본 같은 선진국 투자를 통해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투자가 주목을 받았던 반면, 2007년 해외펀드의 양산은 주로 중국ㆍ인도와 같은 신흥 주식시장과 환경ㆍ 에너지ㆍ소비와 같은 특정 섹터에 투자하는 펀드들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해외펀드 열풍의 원인, 무엇이었나

▣ 해외펀드 양도차익 비과세 조치

가장 큰 원인은 정부 정책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작년 초 정부는 하락 압력이 높아지던 환율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해외펀드 비과세를 거론했었고, 급기야 작년 5월 해외펀드가 투자하는 해외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 조치를 시행하게 되었다.

이 정책이 시행되자 자산운용사들은 기존에 판매되고 있던 외화표시 역외펀드들을 모두 원화표시 해외펀드로 신규 설정했고 해외펀드로는 엄청난 자금이 몰려들었던 것이다.

해외주식 양도차익 비과세라는 것은 해외주식에 투자하여 얻은 자본이득(시세차익)에 대해서 과세를 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개인투자자, 특히 세금부담이 큰 고액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엄청난 혜택이 되는 것이었다.

▣ 글로벌 주식시장의 엄청난 호황

이러한 혜택은 중국 등 신흥시장 증시의 급등과 맞물려 해외펀드의 폭발적 성장에 큰 몫을 담당했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2000년 IT 거품 붕괴와 2001년 글로벌 경기침체를 벗어난 이후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나타냈는데, 작년 우리나라에 불어 닥친 해외펀드 열풍은 최근 5년간 지속되어 온 글로벌 주식시장 호황의 클라이맥스를 만끽하며 엄청난 규모의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적립식 투자 문화의 정착

앞에서 언급했듯이 저금리 기조의 정착은 은행예금에서 점차 투자 형태로 자금의 이동을 선도하게 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방법이 일정 금액의 투자를 지속하여 투자 시점에 대한 기간 분산효과를 노리는 적립식 투자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전체 적립식펀드 계좌수가 2,500만 계좌를 돌파하여 대한민국 인구의 반을 넘는 숫자에 이르렀다.

주가지수와 적립식 판매현황 추이 비교 (자료: 자산운용협회) 

또한 적립식 판매잔액은 5월 말 기준으로 72조 4,735억 원으로 총 펀드 판매잔액 규모에서 20.47%를 차지하고 있으며, 계좌수도 1,565만 계좌로 총 판매계좌수(2,500만 계좌)의 절반을 상회(62.61%)하고 있다.

적립식 펀드의 정착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이유는, 적립계좌로의 자금 유입과 신규 계좌수 증가가 국내외 증시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모습을 보인다는 데 있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서브프라임 사태, 금융위기, 유가상승, 인플레 우려 및 경기침체와 같은 매머드급 악재로 인해 힘을 못 쓰고 있지만, 적립식 투자는 시장 하락기에 투자를 지속함으로써 투자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시장의 등락과 관계없이 투자를 지속한다는 투자 문화를 깊게 뿌리내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상반기,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

그러면 2008년 상반기 전체 해외펀드의 동향은 어떠한가. 상반기 해외펀드 자금 흐름은 글로벌 투자심리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작년 말 55조 원이었던 해외펀드 총 수탁고는 8월 말 현재 63조 원으로 약 8조 원 정도 증가하였는데, 상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이 매우 좋지 못했던 것을 고려한다면 한국 펀드투자자들은 하반기 및 향후 글로벌 시장을 다소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008년 해외펀드 지역별 순증감 추이 (자료 : 한국펀드평가, 삼성증권) 

지역별 연초 대비 펀드자금 흐름을 살펴보면 글로벌ㆍ유럽ㆍ일본 등 주로 선진국에 집중된 펀드에서는 자금의 순유출이 나타난 반면, 브릭스를 비롯한 이머징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순자금유입을 나타내 이머징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상반기까지 나타났던 모습이고, 7월 들어서는 대부분의 해외펀드에서 자금 유출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자금 유출은 이미 환매가 이어져 수탁고가 크게 감소했던 일본펀드를 제외한 모든 유형의 펀드에서 일어나고 있어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외주식펀드와 해외재간접펀드의 지역별 수탁고
[참고 : 2008년 7월 10일 기준(단위 억원), 자료: 한국펀드평가, 삼성증권]
 


고전 예상되는 하반기 글로벌 시장, 그래도 희망은 있다

최근 많은 투자자들이 글로벌 투자 대상들의 비참한 성과에 노심초사하며 과연 자신들이 투자한 대상들이 하반기에는 회복을 할 수 있을지 어린아이 혼자 해외여행을 보낸 것처럼 걱정하고 있다.

상반기에 글로벌 금융자산들은 주식 채권 할 것 없이 모두 좋지 못한 성과를 나타냈는데, 그 원인은 크게 신용경색과 금융 위기, 경기침체의 장기화 및 확산, 유가 및 인플레이션 우려로 요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하반기 전망을 위해서는 위의 세 가지 악재가 얼마나 호전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이 세 가지 악재에 대한 전문가와 시장의 반응은 매우 냉담하다. 미국에서는 유수 은행들이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루머가 돌고 있고, 국가기관에 준하는 모기지 업체들의 주식은 거의 휴지조각이 되어 있는 상태다.

또한 미국과 영국 등지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그 회복을 기대하려면 적어도 1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쟁 같은 요인으로 인한 유가급등은 체력이 튼튼하지 못한 신흥국가들의 경제를 흔들고 있으며, 체력이 좋은 국가라 할지라도 유가가 이렇게 고공행진을 계속한다면 소비위축과 경기하락을 면치 못할 것이다.

상황으로만 판단하자면 하반기 글로벌 시장도 상반기처럼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솔직한 답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긍정적인 부분을 기대해 보자면
▶은행들의 파산을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제할 가능성 ▶미국의 부동산 경기침체가 생각만큼 다른 산업으로 크게 전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지정학적 위험의 감소를 위해 미국 등 세력권 국가들이 노력하여 유가가 급락할 가능성 ▶각국 정부가 자국 자산가격의 하락을 막기 위한 세금감면ㆍ투자유치 등 다양한 정책적 대응을 할 가능성 등이 있다는 것이다.


펀드투자자들에게 지금 필요한 투자전략

▣ 대부분 자산을 현금화하는 좋지 못한 전략

몇몇 투자자들은 향후 시장이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 모든 자산을 현금화할 것을 고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그리 좋은 전략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으로 볼 때 현금으로부터 얻는 수익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가치상승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며, 시장의 하락이 예상된다 할지라도 시장의 반등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현금 비중을 다소 높이는 것은 필요할 수 있으나, 투자자산의 노출을 극도로 줄이는 것은 그다지 좋은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 원금보존전략 및 포트폴리오 인슈어런스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할 때 자주 등장하는 전략이 원금보존을 추구하는 '포트폴리오 인슈어런스' 전략이다. 이미 개인투자자들이 접할 수 있는 구조화 펀드 중에는 이러한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를 쉽게 접할 수 있으며, 그 투자 대상도 한국주식에서부터 해외주식, 원자재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전략에 투자함으로써 투자자산의 하락 위험성을 줄이고 시장상승에 편승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보자.

▣ 악재를 역(逆)으로 이용하는 투자

언급했다시피 유가 및 인플레이션 상승은 대부분의 금융자산을 억누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승에 편승하는 투자를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최근 시장에는 한국 및 해외의 물가연동채권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는데 이러한 상품은 물가상승이 채권의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효과를 줄 수 있다.

한편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유가상승에 기대는 상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유가의 향방을 가늠하기 힘든 만큼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구조화 상품을 통해 적극적인 노출보다는 하락 가능성을 방어하는 방식의 투자가 효과적일 수 있다.

▣ 주식펀드의 분할매수

비록 하반기 시장 전망이 좋지 못한 상태이긴 하나, 펀드투자는 장기적으로 할수록 성공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지난 10년 이상의 긴 시간을 되돌아볼 때 주식시장이 크게 성장해 온 것을 고려한다면 시장이 하락할 때마다 주식시장의 투자를 늘려 장기적 상승을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 채수호 / 삼성증권 펀드리서치파트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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