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범과 함께 숨가쁘게 달려온 2008년 부동산시장도 한 해 마감을 앞두고 있다. 올 한해 부동산시장은 참여정부 시절 만들어진 각종 규제들을 합리적으로 손질하고 거래 활성화를 위해 적절히 완화하는 조치들이 일관성 있게 진행됐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금융시장 위기가 덮치면서 국내 부동산시장은 잇따른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한 부동산시장도 긴 하강기를 거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2008년 부동산시장의 주요 이슈와 시사점을 살펴본다면 내년 부동산시장에 대처하는 바탕을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쏟아진 대책, 대책…>
잇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 참여정부 규제 대부분 풀려 =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올 한해 부동산시장에는 잇따라 규제 완화책과 부양책이 쏟아졌다. 6.11 미분양대책을 포함해 11.3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까지 굵직한 정책 발표가 7번이나 이어졌다. 특히 주택시장의 가격하락과 건설경기 위기가 대두된 하반기에만 주요 대책이 6번이나 나왔고 참여정부 때 만들어진 주요 규제는 대부분 풀렸다(단 실제 시행에 들어가지 않은 완화책이 상당량 남아있음).
당장은 시장 외적인 불안 요인들이 산재해 있어 부동산시장에 이렇다 할 반응이나 규제 완화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경기 회복 시점에서는 부동산시장의 거래나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분양권 전매 5년만에 허용 = 11.3대책에 따라 서울 강남3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서 수도권 분양권 거래가 상당부분 자유로워졌다. 지난 11월 7일부터 강남3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에서 비상한제 분양권은 당장 사고 팔 수 있게 됐고 상한제 적용 물량도 8.21대책에 따른 주택법 시행령 개정이 완료되면 전매제한 기간이 종전 5-10년에서 1-7년으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
비상한제 주택을 중심으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진 가운데 분양권 매물이 거래시장에 출시되고 있으나 대내외 경기 불안 때문에 거래나 가격에 영향은 아직 없다. 그러나 청약시장 양극화 심화, 기존 주택시장의 가격 하락 등 트러블이 예상되며 경기 회복 국면에서는 프리미엄을 노린 단기 투자수요의 부활도 우려되는 문제점이 남았다.
종합부동산세 일부위헌 판결, 사실상 유명무실 = 지난 11월 13일 종합부동산세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일부 위헌으로 결정됐다. 위헌 판결이 난 세대별 합산 과세는 즉시 효력을 잃었고 과거 납부한 세액은 20일부터 환급 신청에 들어갔으며 당정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은 다음과 같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과세기준은 현행 6억원에서 유지하고 1주택 보유자는 3억원을 추가 공제하며 장기보유자의 종부세 감면 기준은 연령별, 기간별로 추가 공제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과세 대상이 대폭 줄고 세액도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상 종합부동산세제는 유명무실해졌다. 당장은 수요시장의 반응이 조용하지만 경기 회복 국면에서는 잠재 대기수요자들이 강남권을 중심으로 고가주택 시장에 진입하는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재건축도 규제 완화, 강남 회복 밑거름 되나 = 재건축 규제도 크게 완화됐다. 8.21대책을 통해 사업절차가 간소화됐고 11.3대책을 통해 소형주택의무비율, 임대주택의무건립 규제를 완화하고 용적률 상향 조정을 허용했다. 11.3대책의 주요 내용은 2009년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은 초과이익부담금제, 분양가 상한제 등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로 남아있고 11.3대책의 규제 완화도 한정적이어서 실질적인 사업성 개선 기대가 어렵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실제로 거래시장에서도 대책 직후 급매물만 거래됐을 뿐 수요시장은 다시 관망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강남 진입 대기수요자들이 주요 재건축 급매물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추가 규제 완화 여부와 재건축 거래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공급시장 극과극>
주택공급계획 쏟아져, 미분양 여파로 연내 공급실적은 감소 = 건설경기 부양과 주택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주택 공급계획도 연중 쏟아졌다. 위례신도시 개발안과 동탄2신도시 개발 확정 발표는 물론 오산세교2지구와 검단신도시 확대 개발 계획 등이 이어졌다. 9.19대책에서는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와 150만 보금자리주택 건설계획까지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올 한해 실제 분양공급된 실적치는 연초 계획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2008년 12월 분양계획 물량까지 포함해서 연간 최대 27만가구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수도권 주요 2기신도시 분양일정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분양가 상한제 영향과 경기 침체에 따른 청약수요 위축으로 많은 업체들이 분양 일정을 미뤘고 지방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난 미분양 물량 때문에 주택 공급은 더욱 위축됐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수는 총 15만 7291가구에 달하며 준공후 미분양도 4만 94가구나 된다. 비공식적인 업계 예측으로는 25만가구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청약 양극화 심화, 수도권도 청약률 난조 = 세부적으로는 청약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광교신도시, 인천 청라지구, 용인 흥덕지구 등 수도권에서도 요지로 꼽히는 곳들은 청약가점이 평균 60점을 상회할 정도로 청약 열기가 뜨거웠다. 서울에서는 은평뉴타운을 비롯해 강북권의 주요 뉴타운, 재개발 구역의 중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었다.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대단지, 역세권 중소형이 키워드였던 셈이다.
그러나 수도권에서도 중대형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주요 택지지구에서 미달사태가 속출했고 8월 말 기준 국토해양부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미분양도 2만 2389가구나 된다. 타운하우스 등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청약률 제로 케이스가 이어졌고 하반기 경기 침체국면이 가속되면서는 강남 요지의 재건축 아파트 단지에서도 미달사태와 함께 초기 계약률이 상당히 저조했다.
2009년에도 상대적으로 분양가격이 저렴하고 교통이 편리한 단지를 중심으로 한 소형 선호 경향이 이어질 전망이며 경기 침체, 미분양, 분양권 전매 허용 영향으로 단지별 청약 쏠림과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판교 입주시작, 잠실 등 입주 쏠림도 뚜렷 =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주요 지역의 입주도 올 한해 관심 대상이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지구에서는 엘스(5678가구), 리센츠(5563가구), 파크리오(6864가구) 등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빚어지는가 하면 주변 전세가격이 하락했다. 또한 서초 반포, 강동 시영 등의 재건축 대단지도 입주하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입주물량이 2008년 크게 늘었고 광진 등 가까운 강북권까지 하락 영향이 미쳤다.
한편 지난 2006년 "로또" 라고 불릴 만큼 청약 관심을 모았던 판교신도시가 2008년 말 첫 입주를 시작한다. 266가구의 대방노블랜드가 오는 12월 입주예정이다.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입주를 진행하면서 주변 분당, 용인 전세가격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거래 줄고 가격 하락>
가격 선행지표인 거래량 급감 = 실물경기 침체 우려와 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부담 증가로 수요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전국 아파트 시장의 거래량이 급감했다. 특히 2008년 하반기 들어 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수도권 거래량이 특히 급감했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2008년 9월까지의 서울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동기간 거래량의 74%에 그치고 있으며 2006년 연간 거래량에 비해서는 47% 수준이다. 아파트 시장의 하향 안정세가 시작된 2007년 거래량에 비해서도 77%에 그치고 있다. 2008년 4분기까지의 거래량이 포함되면 수치가 조금 변경되겠지만 4분기 거래가 더욱 얼어붙은 상황이라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08년 9월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이미 국토해양부의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상태다.
연도별 토지 거래량 또한 2005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다. 수요 위축이 거래 감소로 직결되면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 지표와 함께 향후 거래량 변동을 지켜보면 가격 회복시기를 점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버블세븐 하락에 깡통지분까지 속출 = 올 한해는 투자 불패 지역으로 꼽혔던 곳들이 일제히 하락을 주도하고 투자 우선주로 꼽혔던 주요 시장이 수요시장 위축과 함께 일제히 하락했다.
"버블세븐" 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강남권과 목동, 분당, 평촌, 용인 지역의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짙었다. 연초 대비 11월 현재까지 버블세븐 7개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평균 7.43% 하락해 서울 평균에 비해, 여타 지역에 비해 내림세가 두드러졌다. 아파트 가격이 일제히 하락하며 3.3㎡당 매매가격이 2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는 물론 보유세 강화와 대출 규제, 재건축 규제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새 정부 출범 전후 투자 1순위로 꼽혔던 재개발 시장도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단기간 급등한 재개발 지분 가격에 비해 감정평가액이 낮게 설정되면서 추가부담이 증가했고 소위 깡통지분까지 등장했다. 일반분양가보다도 조합원 지분이 비싼 구역을 중심으로 급처분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상한제와 사업 지연 등 악재들이 겹치면서 재개발 시장도 수요와 거래가 급감했다.
소형아파트 가격 강세, 선호 경향 지속 전망 = 올 하반기 주택가격 하락세가 가속됐지만 연간 변동률은 소폭 오름세로 마감될 전망이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강북권과 경기 북부 등이 상승했고 전국적으로 소형이 상대적인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소형 강세는 수도권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69-99㎡ 규모 기준으로 서울이 8.14%, 수도권은 10.54% 올랐다. 노원, 도봉, 강북구 기준으로는 20~30%대의 급등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서울 수도권 외곽지역 소형 강세는 2008년 상반기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이러한 소형 아파트 가격 강세는 소형 선호 트렌드와 함께 지속될 전망이다. 1인 수요와 개발사업에 따른 이주수요 증가, 대출 부담으로 인한 소형 쏠림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고유가, 고물가 영향과 실물경기 침체에 따른 부담 증가로 역세권 소형 등 실속형 선호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부동산114 부동산컨텐츠팀]
출처 : [부동산114] 이달의 이슈>2008년 부동산시장 10대 이슈 /부동산114/200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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